광고비를 쏟아부어도 소비자 마음을 얻기 어려운 시대. 이제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광고’가 아니라 ‘공감’이다. 소비자 간의 신뢰와 경험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커머스(Community Commerce)’가 중소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소비자 65% “구매 전 커뮤니티 참고“, ’광고 피로’가 낳은 새 판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웹인덱스(GWI)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소비자의 65%가 제품 구매 전 커뮤니티 후기를 반드시 참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2019년, 48%) 대비 약 17%p 상승한 수치다. 국내 역시 SNS·온라인 포럼·카페 등을 통한 ‘사용자 후기 중심 소비’가 확산 중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기존 커머스 플랫폼이 단순한 거래 채널에서 개인 간 취향과 경험을 공유하는 소통형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며 “커뮤니티가 곧 브랜드 신뢰의 핵심 지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상품보다 사람 중심“ 경험 공유가 매출로 연결
커뮤니티 커머스는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과 다르다. 이용자들은 공통의 관심사(패션, 인테리어, 반려동물, 식문화 등)를 매개로 모인다. 이 안에서 상품에 대한 경험·리뷰·사용 팁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다. 기존 전자상거래(E-Commerce)가 ‘검색→구매→결제’ 중심이라면, 커뮤니티 커머스는 ‘참여→소통→공유→구매’의 확장된 경로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이자 브랜드 파트너로 기능한다.
특히 개인정보보호 강화로 타겟 광고의 효율이 하락한 가운데, 커뮤니티를 통한 자발적 소비자 데이터 축적이 기업의 마케팅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대표 사례로는 ’무신사, 오늘의집, 컬리’가 꼽힌다. 세 기업 모두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커머스’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무신사’는 2001년 온라인 스트릿 패션 커뮤니티로 시작했다. 회원들이 패션 스타일을 공유하고 브랜드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충성도 높은 팬덤이 형성됐다. 이 기반 위에서 자체 브랜드와 광고 플랫폼을 구축하며 거래액 3조 원(2023년 기준)을 돌파했다. ’오늘의집‘은 온라인 집들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인테리어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사용자 콘텐츠가 매달 100만 건 이상 올라오며, 이를 커머스·시공·이사 등 서비스로 연결해 국내 리빙 플랫폼 1위로 자리 잡았다. ‘컬리‘는 ‘커뮤니티 라운지’를 통해 소비자들이 레시피와 식품 후기를 공유하도록 유도했다.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 기반 큐레이션과 PB상품 개발을 강화하며 누적 거래액 2조 원(2024년 기준)을 넘어섰다.
하나금융은 “커뮤니티 기반의 플랫폼은 사용자 수가 늘수록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지난다”며 “특히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 회원의 구매 전환율은 일반 온라인몰 대비 평균 2.3배 높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커뮤니티 커머스는 마케팅 부담을 줄이는 전략적 선택지가 된다. 광고비 투입 없이도 커뮤니티 구성원이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서로의 경험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구조 덕분이다. 예컨대 소규모 뷰티 브랜드가 SNS 커뮤니티에서 ‘사용 후기 챌린지’를 운영할 경우, 유입된 신규 방문자의 평균 구매 전환율은 8~12%, 일반 광고 캠페인(2~4%) 대비 약 3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사람이 모이는 곳에 시장이 생긴다’는 단순한 진리가 디지털 환경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커뮤니티 커머스의 핵심을 “단기 매출이 아닌 장기 관계 구축”으로 본다.
커뮤니티를 일회성 판촉 도구로만 활용할 경우 브랜드 신뢰를 훼손하고 팬덤을 이탈시킬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커뮤니티 운영을 지출 ‘비용’이 아니라 브랜드 콘텐츠를 생산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핵심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단기적 수익화보다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커뮤니티 커머스는 단순히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아니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외부 고객이 아닌, 내부 파트너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화다. ‘상품에서 사람으로’ 중심이 이동하는 지금, 경험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커머스는 광고 피로와 경쟁 과열 속에서 중소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e마케팅저널 이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