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말차(Matcha)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국내 녹차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글로벌 수요 확대와 함께 일본산 텐차(말차 원료)의 공급 불안정이 겹치며, 품질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녹차가 국제 시장에서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 6일 발표한 ‘글로벌 식품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내 말차 수요는 지난해부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커피를 대체하는 건강 음료로 주목받으며 음료 프랜차이즈와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말차 기반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랜드뷰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말차 시장은 2024년 한화 약 6645억 원 규모로 세계 시장의 22.5%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또 2030년까지 연평균 8.3% 성장해 1조 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공급이다. 세계 말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에서 최근 기후 변화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텐차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교토 지역의 텐차 평균 경매 가격은 지난해 대비 약 170% 상승해 kg당 8,235엔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녹차 산업에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하동, 보성 등 국내 주요 산지에서는 프리미엄 녹차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어 말차 원료의 대체 공급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KOTRA는 보고서를 통해 “국산 녹차가 품질·가격 경쟁력을 갖출 경우, 일본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말차 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하동군은 스타벅스에 말차 원료를 납품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공기술 고도화와 해외 판로 개척을 모색 중이다. 보성군 역시 말차 음료와 디저트, 스킨케어 제품 등 다방면의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 확대를 노리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품질 경쟁력 외에도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브랜드 가치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식품산업 관계자는 “단순한 일회성 수출보다는 지속 가능한 생산 구조와 ‘K-말차’라는 브랜드 인지도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말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38억 달러로, 향후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산 녹차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e마케팅저널 이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