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야근무자의 안전을 둘러싼 ‘새벽 배송’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내 식품업계가 자체 온라인몰과 빠른 배송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컬리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고객 접점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물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 ‘빠른 배송’ 시장 성장세와도 맞물린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빠른 택배 배송(새벽·당일 포함) 시장은 2016년 1조5000억원에서 2024년 2조8000억원으로 약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며 2019~2020년 사이 성장률이 45%로 급등했고, 올해 역시 전년 대비 15% 성장한 3조2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일반 택배 시장은 성장세가 완만한 가운데, 빠른 배송 비중은 매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산업 내 경쟁이 심화되며 기업들이 차별화 포인트로 속도 경쟁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물류·유통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신선식품도 즉시성·정확성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흐름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식품 제조사들이 직접 물류 역량을 내재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본지가 국내 주요 식품사 20곳을 조사한 결과, 15개사가 자사몰 또는 자체 물류 체계를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CJ제일제당, 풀무원, 동원, 롯데웰푸드, 아워홈, hy 등 6개사는 자사몰과 독자적인 배송 시스템을 모두 운영 중이다.
풀무원과 hy는 새벽 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풀무원은 택배배송, 새벽배송, 일일배송(녹즙·디자인밀), 매장배송(올가) 등 다중 물류체계를 갖추며 “쿠팡 수준의 배송 서비스” 제공을 강조했다. 회사 측은 “배송권역 및 마감시간 확대 등 물류 인프라 고도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과 롯데웰푸드는 익일 배송 체계를 구축했으며, CJ제일제당은 제조업계 최초로 ‘도착보장’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동원은 브랜드 간 합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물류 효율성을 높였고, 배송비 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농심, 대상, 오뚜기, 남양유업 등 8개사는 자사몰만 운영 중이며, 롯데칠성음료는 빠른 배송 강화를 위해 택배사와 풀필먼트 연계를 검토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자사몰 없이 B2B 플랫폼 ‘프레시엔’을 통해 외식업자 대상 주문·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오비맥주·빙그레·동서식품·삼양식품 등 5개사는 자사몰과 자체물류를 모두 갖추지 않았다. 주류업체는 법적 규제가 영향을 미쳤고, 동서식품은 “비용 대비 마케팅 효과가 낮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배송 경쟁은 비용 부담이 크지만,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고 플랫폼 종속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필수 투자”라며 “라스트마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e마케팅저널 이채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