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기술을 넘어 인재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는 속도가 아니라,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과 그 사람을 국가 시스템 안에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세계 100대 AI 연구자 중 절반 이상이 중국계인 반면, 한국은 단 한 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이 최근 발표한 《AI 패권 시대 인재전략: 중국의 AI 산업생태계 구축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는 이 같은 현실을 짚었다. 보고서는 현재 AI 경쟁이 기술 중심에서 ‘인재 중심 국가 시스템’ 경쟁으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AI 논문과 특허에서 미국을 앞지른 것도 정부가 주도한 인재 생태계 설계 덕분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기술 굴기(崛起)’와 함께 ‘인재 굴기’를 병행해 왔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수직적으로 연결된 협업 구조, 연구개발과 산업 적용을 잇는 전주기 체계, 고위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선행 투자, 공공데이터 개방과 거버넌스 정비, 초거대 연산 인프라 구축 등 모든 전략이 ‘사람을 중심에 둔 기술정책’으로 묶인다. 특히 인재의 진입부터 양성, 정착까지를 제도화해 한 인재가 연구자에서 산업 실무자, 창업자, 교수로 순환할 수 있는 생애주기 구조를 만들어냈다.
반면 한국은 AI 기술력과 인프라에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냈지만, 인재 설계에서는 여전히 취약하다. 인재의 진입은 교육 제도에 갇혀 있고, 양성과 활용은 산업과 따로 움직이며, 정착은 체계적인 커리어 경로의 부재로 미뤄지고 있다. 국내 AI 전문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기도 어렵다. 인구 1만 명당 AI 전문인력의 순유출률은 OECD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AI 인재정책을 단기적 양성 중심에서 벗어나 인재의 생애 전 과정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재의 진입·양성·활용·정착이 단절되지 않도록 연계 구조를 강화하고, 기초연구형과 산업응용형 등 인재 유형별 맞춤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거점과 혁신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인재 정착 기반을 확충하고, 해외 우수 인재의 유입과 재유입을 촉진하는 글로벌 순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I 패권 경쟁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재를 중심으로 한 국가 시스템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중국은 인재의 선발부터 정착까지를 하나의 생태계로 설계해 기술 경쟁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단기적 인력 양성에서 벗어나, 인재의 순환과 성장 구조를 지속가능하게 지원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e마케팅저널 이채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