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신용평점 950점 이상의 이른바 ‘초고신용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신용평가의 변별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개인신용평가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기로 했다. 점수 상단에 인구가 몰리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고,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열고 현행 개인·소상공인 신용평가 체계의 문제점과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신용평가·데이터·법률·소비자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개인신용평가 현황 △대안 신용평가 활성화 △개인사업자 비금융 데이터 활용 △인공지능(AI) 기반 신용평가의 내실화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2021년 신용등급제에서 신용점수제로 전환된 이후 고점수 구간에 차주가 집중되는 현상이 가속화됐다. 카드 사용 이력과 연체 여부 중심의 전통적 평가모형이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차이를 가려내지 못하면서, 고점수 차주 간 위험 구분이 흐려졌다는 평가다. 그 결과 금융회사는 금리·한도 산정에서 추가적인 내부 기준을 적용하거나, 보수적으로 대출을 운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중·저신용자의 문턱을 오히려 높이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초고신용자 비중은 꾸준히 확대됐다. 다음은 금융권 공개 자료를 종합한 개인신용점수 분포 변화다.
| 구분 | 900점 이상 비중 | 950점 이상 비중 |
|---|---|---|
| 2021년 | 약 28% | 약 9% |
| 2023년 | 약 35% | 약 14% |
| 2025년 | 약 41% | 약 18% |
금융위 관계자는 “점수 상단에 차주가 몰리면 가격 신호로서의 신용점수가 약해진다”며 “위험을 정교하게 구분하지 못하면 결국 금융 접근성의 형평성이 훼손된다”고 설명했다.
개편의 핵심은 데이터와 모형의 다변화다. 우선 통신요금, 공과금 납부, 플랫폼 거래 이력 등 비금융 데이터를 합법적 범위 내에서 폭넓게 활용해 신용이력 부족자의 평가 정확도를 높인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매출 흐름, 거래처 안정성, 세금 납부 성실도 등 사업 운영 데이터를 결합해 실제 상환 능력을 보다 정밀하게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AI 활용도 본격화된다. 금융당국은 설명가능성(XAI)과 편향 관리 등 안전장치를 전제로 머신러닝 기반 모형의 활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상단 점수대에서는 미세한 위험 차이를, 중·저신용 구간에서는 상환 개선 가능성을 더 잘 포착한다는 목표다. 다만 블랙박스화 우려에 대해선 모형 검증과 사후 점검을 강화해 소비자 보호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고 본다. 신용평가가 정교해질수록 금리는 위험을 더 정확히 반영하게 되고, 중·저신용자의 합리적 금리 접근이 확대될 수 있다. 반면 고점수 차주 간에도 차등이 뚜렷해지면서 일부는 금리 상승을 체감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소비자 단체는 “개편 과정에서 점수 변동에 대한 충분한 고지와 이의제기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TF 논의를 거쳐 연내 세부 로드맵을 마련하고, 시범 적용과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단계적으로 제도를 손질할 계획이다. 권 부위원장은 “신용평가의 공정성과 혁신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며 “점수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고 금융 포용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e마케팅저널 조경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