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관리 KPI가 현장 행동을 왜곡하는 구조적 메커니즘

측정한 대로 움직이는 조직에서 무엇을 측정하느냐가 성과를 결정한다

생산관리에서 KPI는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이다. 그러나 많은 현장에서 KPI는 성과를 높이기보다 현장 행동을 왜곡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는 지표가 잘못 설계되었기 때문이며,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다. 조직은 평가 기준에 맞춰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문제는 그 합리적 행동이 전체 성과를 해칠 때 발생한다.

 

 

첫 번째 왜곡 메커니즘은 부분 지표 중심의 최적화 유도이다. 공정별 생산량, 가동률 같은 KPI를 강조하면 현장은 해당 수치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병목이 아닌 공정도 멈추지 않으려 하고, 필요 이상으로 생산해 재공품을 늘린다. 지표는 좋아지지만 리드타임과 납기는 오히려 악화된다. 이는 지표가 전체 흐름을 반영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두 번째는 단기 성과 편향이다. 일일, 주간 실적 달성률만 강조되면 현장은 장기 안정성보다 즉각적인 수치 개선을 선택한다. 설비 점검을 미루거나, 품질 위험을 감수하고 출하를 서두르는 행동이 나타난다. KPI가 시간 축을 고려하지 않으면 현장은 자연스럽게 단기 대응에 치우친다.

 

세 번째는 지표 간 충돌 구조이다. 가동률은 높이고, 재공품은 줄이고, 납기는 지키라는 KPI가 동시에 주어지면 현장은 판단 기준을 잃는다. 이때 작업자는 가장 강하게 압박받는 지표 하나에만 반응한다. 지표 간 우선순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행동은 분산되고 혼란은 커진다.

 

네 번째는 측정 가능한 것만 관리하는 관성이다. 이동시간, 대기시간, 준비 부족처럼 중요한 요소는 KPI에서 빠지고, 숫자로 쉽게 잡히는 항목만 관리 대상이 된다. 그 결과 현장은 본질적 문제보다 지표에 잡히는 행동만 반복한다. 측정의 편의성이 관리의 방향을 왜곡한다.

 

다섯 번째는 현장 참여 없는 KPI 설정이다. KPI가 현장의 실제 제약과 무관하게 설정되면, 지표 달성을 위한 우회 행동이 늘어난다. 이는 보고용 수치는 좋아지지만, 현장 신뢰와 실행력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KPI는 행동을 만든다. 따라서 생산관리자는 지표를 늘리기보다 행동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지표를 설계해야 한다. 병목 기준, 흐름 중심, 장단기 균형이 반영된 KPI만이 현장을 성과로 연결한다. 지표를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성과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