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년 만에 한자리에… 창덕궁 벽화 첫 전시

대한제국 말기 궁중회화 6점·초본 공개, 국립고궁박물관서 10월 12일까지

105년 만에 한자리에… 창덕궁 벽화 첫 일괄 공개
대한제국 말기 궁중회화,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에서 재현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대한제국 말기 창덕궁 내전을 장식했던 벽화를 최초로 한자리에 모아 공개한다. 전시는 8월 14일부터 10월 12일까지 진행되며, 희정당·대조전·경훈각을 장식했던 벽화 6점과 ‘백학도’ 초본 1점이 전시된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은 1917년 화재로 소실된 창덕궁 내전이 1920년 전통 외형과 서양식 내부를 접목해 재건될 당시 제작됐다. 벽에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 비단에 그림을 그리고 종이에 배접한 뒤 벽에 부착하는 부벽화 기법이 사용됐다. 각 작품의 크기는 세로 180~214cm, 너비 525~882cm에 달하는 대작으로, 제작 당시에도 드물었던 규모다.

 

작품에는 해강 김규진의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 정재 오일영과 묵로 이용우가 합작한 ‘봉황도’, 이당 김은호의 ‘백학도’, 심산 노수현의 ‘조일선관도’, 청전 이상범의 ‘삼선관파도’ 등이 포함됐다. 전통 청록산수 화풍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근사(謹寫)’와 작가 서명이 남겨져 있어 근대 회화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벽화는 100년 넘게 창덕궁 내전에 설치된 채 보존돼 왔으나, 세월에 따른 훼손으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단계적인 보존 처리가 이뤄졌다. 현재 원본은 박물관이 소장하고, 궁궐 내부에는 복제본이 설치돼 있다.

전시는 실제 내전 공간을 재현한 3부 구성으로 꾸며졌으며, 미디어아트 ‘근사한 벽화, 다시 깨어나다’를 통해 금강산 절경과 봉황, 신선 세계를 관객 참여형 영상으로 구현한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창덕궁 벽화는 조선 왕실의 마지막 궁중회화이자 근대 회화로의 전환점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전시가 궁중 미술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e마케팅저널 박혜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