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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공급가 내렸지만 주유소 가격 인하는 ‘미미

휘발유 109원·경유 218원 공급가 인하에도 소비자 체감 가격 하락 제한적

정부가 약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지만 주유소 기름값 인하 폭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유사 공급가격은 크게 낮아졌지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주유소 판매가격은 소폭 하락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3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L)당 1,883.79원, 경유는 1,897.89원이다. 전날 대비 각각 14.99원, 21.08원 하락했다. 앞서 정부는 13일 0시부터 정유사의 공급가격 최고액을 휘발유 리터당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지정했다. 이는 제도 시행 직전 정유사들이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09원, 경유는 218원 낮아진 수준이다.

 

 

정유·주유 업계는 공급가 인하가 즉각적인 판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로 주유소의 원가 구조를 설명한다. 주유소 판매가격은 정유사 공급가격(세금 포함)에 운송비, 카드 수수료, 임대료, 인건비와 일정 마진이 더해져 결정되며 이러한 유통비용 비중은 전체 가격의 약 4~6%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첫 주 평균 공급가와 둘째 주 소비자 판매가의 차이를 기준으로 이번 최고가격을 단순 적용해 계산할 경우 적정 판매가는 휘발유 약 1,860원, 경유 약 1,829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전국 평균 가격은 이보다 수십 원 이상 높은 상태이며 서울 지역 일부 주유소의 경우 여전히 1,900원에서 2,000원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주유소 업계는 ‘재고 시차’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대부분의 주유소가 보통 3~7일 치 물량을 미리 확보해 두기 때문에 현재 판매 중인 기름은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에 높은 가격으로 들여온 재고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적은 주유소는 1~2일, 많은 곳도 일주일 내에는 재고가 소진돼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가격 인하 체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국제 정세 등으로 유가가 오를 때는 가격 인상이 빠르게 반영되면서도, 인하 시에는 재고와 시차를 이유로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동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초 경유 전국 평균 가격은 하루 만에 리터당 80원씩 상승하며 빠르게 인상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 상승 시에는 재고를 이유로 하지 않던 주유소들이 인하 시점에서만 재고 소진 기간을 강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직장인 김모 씨(41)는 “기름값이 오를 때는 하루 만에 가격표가 바뀌는데 지금은 비싸게 들여온 재고를 먼저 팔아야 한다는 설명을 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방식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박모 씨(38)도 “정부가 최고가격제까지 도입했는데도 동네 주유소 가격이 여전히 1,900원대에 가깝다”며 가격 인하 반영 구조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정부도 사후 관리 강화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급가 대비 판매가 상승 폭이 과도하게 높은 주유소를 대외에 공표하고, 인하 지연이 반복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담합이나 매점매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범부처 세무조사와 전방위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e마케팅저널 이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