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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마켓컬리 ‘신선 커머스 동맹’… 쿠팡 독주 견제 나섰다

새벽배송 물류와 플랫폼 데이터 결합… 유통 주도권, 트래픽에서 ‘공급망’으로 이동

지난달 9일 서울 종로 네이버스퀘어에서 열린 ‘네이버 커머스 밋업’ 현장. 새벽배송 전문 기업 마켓컬리와 네이버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유통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단순한 협업을 넘어 네이버가 지분 투자까지 단행하면서, 쿠팡의 독주 체제를 견제하고 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컬리N마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컬리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역량에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 자산을 더해 온라인 장보기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컬리는 최근 평택(약 725억 원), 김포(약 300억 원) 등 수도권 거점에 자동화 설비를 갖춘 대형 물류센터를 잇따라 구축하며 물류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냉장·냉동 전 과정을 통합한 콜드체인 시스템도 완비해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센터가 꽉 찰 만큼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번 협업을 통해 CJ대한통운의 전국 당일·익일 배송망과 컬리의 새벽배송망을 동시에 활용하는 ‘투트랙 물류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도 새벽배송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실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주간 활성 이용자(WAU)는 새벽배송 서비스 도입 이후 급증했다. 지난달 첫째 주 230만6233명이던 이용자는 셋째 주 281만2588명으로 약 50만 명 가까이 늘었다.

업계는 이번 제휴를 “스마트스토어와 신선식품 새벽배송의 전략적 결합”으로 평가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 플랫폼을 통한 판매 확장이 단기적으로는 물류 효율을 높이겠지만, 컬리 앱 중심으로 형성된 충성 고객층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네이버 내 수많은 판매자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브랜드 차별화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협력은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유통 구조가 트래픽(방문자 수) 중심에서 공급망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에는 네이버와 쿠팡 같은 플랫폼이 트래픽을 기반으로 시장 주도권을 쥐고, 브랜드나 리테일 기업이 입점 형태로 뒤따르는 구조였다면, 이번에는 물류 역량을 갖춘 컬리가 플랫폼을 활용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력이 이뤄진 셈이다. 쿠팡이 자체 플랫폼 내 물류망을 완전히 통합해 경쟁력을 강화해왔다면, 컬리는 반대로 플랫폼과 물류를 분리해 외부 트래픽을 흡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두 모델 모두 ‘효율’을 핵심 가치로 삼지만, 쿠팡이 내부 생태계 확장형이라면 컬리는 협업을 통한 외연 확장형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네이버와 마켓컬리의 전략적 제휴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e마케팅저널 이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