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검색 대신 “알고리즘이 골라준다”… AI 시대 ‘발견형 쇼핑’이 대세

SNS·라이브커머스·유튜브가 지갑 연다
젊은 세대 중심 소비 패턴 변화… 플랫폼 전략도 ‘콘텐츠’로 이동

필요한 제품을 직접 검색해 비교·구매하는 전통적인 ‘목적형 쇼핑’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제는 플랫폼이 추천하는 콘텐츠 속에서 상품을 우연히 ‘발견’하고 구매로 이어지는 ‘발견형 쇼핑’이 새로운 소비 공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알고리즘이 취향을 분석해 상품을 제시하고, 짧은 영상과 실시간 소통이 구매 결정을 이끄는 방식이다. SNS 인플루언서의 메이크업 영상에서 소개된 제품을 클릭하거나 DM 링크로 구매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CJ메조미디어가 발표한 ‘2025 이커머스 업종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온라인 쇼핑 경험자(471명) 중 69%가 발견형 쇼핑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연령이 낮을수록 이 경향은 강했다. 20대의 78%가 발견형 쇼핑을 경험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고, 30대는 68%, 40대는 62%로 나타났다. 전체 쇼핑에서 발견형 쇼핑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대가 24%로 가장 컸다. 이는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노출이 잦은 MZ세대가 ‘콘텐츠 기반 구매’에 익숙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쇼핑 피로감도 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복적인 검색과 가격 비교 과정이 숏폼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진다”며 “도파민 자극형 콘텐츠 환경 속에서 ‘빠른 선택’과 ‘즉시 구매’가 선호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리안클릭과 미래에셋증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커머스 앱 체류시간은 최근 5년간 절반 이하로 줄었으며, 상당수 플랫폼이 두 자릿수 역성장을 기록했다.

 

 

커머스업계는 변화에 발맞춰 ‘콘텐츠 플랫폼화’를 가속하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개인화 영상 피드를 제공하는 ‘발견’ 탭을 신설하고, 브랜드–크리에이터 매칭 플랫폼과 제휴 링크 기반 수익 구조를 강화했다. G마켓 역시 라이브 숏폼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소통·입찰·후원 기능을 도입하고, 크리에이터 콘텐츠 확산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콘텐츠 플랫폼의 커머스화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해 쇼핑 제휴 프로그램을 국내 도입해 쿠팡·올리브영 등과 협업하고 있으며, 카페24 솔루션 기반으로 인앱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구축했다. 유튜브쇼핑 거래액은 2025년 7월 기준 전년 대비 5배 증가했고, 미래에셋증권은 2030년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유튜브가 45%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콘텐츠·커머스·AI가 결합한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대 황용식 교수는 “유튜브는 개인화 알고리즘과 이용자 데이터, 콘텐츠 환경을 모두 갖춘 플랫폼”이라며 “커머스 기업들과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경희대 신광수 교수는 “특정 플랫폼이 승자가 되기보다, AI 기술 경쟁이 커머스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e마케팅저널 이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