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중국발 덤핑 확산…국내 산업 ‘무방비’

96.7% 중소기업이 피해 경험…79%는 대응 포기, 정부는 면세기준 유지로 무방비 상태

중국발 e커머스 플랫폼이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짝퉁은 물론 국내 정품과 유사한 제품이 10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쏟아지면서 ‘K-브랜드’의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세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중국발 초저가 덤핑과 모조품 유통이 국내 제조·유통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는 중소기업의 생존 위기이자 국가 브랜드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고 경고했다.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중국 e커머스 플랫폼 국내 진출 대응 실태조사’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96.7%가 중국발 플랫폼 진출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그 중 79%는 “사실상 대응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피해가 특히 집중된 분야는 화장품·패션·생활용품 등 소비재 산업이다. 오 의원은 “중국 플랫폼에서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와 디자인이 거의 동일한 제품이 정품 대비 10분의 1 이하 가격으로 판매된다”며 “소비자들이 이를 국산 정품으로 오인해 구매하는 등 지식재산권 침해를 넘어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직구 규모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9년 2조 7000억원이던 거래액이 2024년에는 8조원으로 약 3배로 증가했으며, 이 중 중국산 제품 비중은 61.4%를 차지했다. 또한, 알리익스프레스와 TEMU 등 중국계 e커머스 플랫폼은 국내 쇼핑앱 순위에서 2·3위를 차지하며 유통 생태계의 가격 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주요국은 대응에 나섰지만 한국은 여전히 면세기준을 유지하고 있어 ‘무방비 상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은 2025년부터 800달러(약 114만원) 이하 면세를 전면 폐지하고 중국산 제품에 평균 30%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도 2028년부터 150유로(약 24만원) 이하 직구품에 관세를 적용하며, 호주는 이미 1000호주달러(약 93만원) 이하 제품에도 10%의 부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150달러(약 21만원) 이하 면세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 의원은 “중국발 e커머스 공세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국가 산업의 경쟁력과 K-브랜드의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정부는 짝퉁 상품 단속 강화와 e커머스 시장 교란 방지 등 산업 보호 정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액 물품 면세제도 폐지 및 해외직구 물품에 대한 인증·규제 의무화, 불법 재판매 단속 강화 등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눈뜨고 당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e마케팅저널 이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