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29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홈쇼핑사와 온라인 쇼핑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추석 선물세트 가운데 다수 제품이 ‘꼼수 할인’으로 소비자를 현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GS샵, 롯데홈쇼핑, 쿠팡, 네이버쇼핑, G마켓, 카카오톡선물하기 등 8개 플랫폼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지난 8월 말과 9월 둘째 주 두 차례에 걸쳐 한우와 굴비 선물세트 가격 변동을 비교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정가 18만5천 원짜리 한우 세트를 5% 할인해 17만5,750원에 팔던 것을, 2차 조사에서는 동일 상품을 정가 20만5,800원으로 올린 뒤 20% 할인을 적용해 결제가는 16만3,820원으로 둔갑시킨 경우가 적발됐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정가 49만5,000원 한우 세트를 69% 할인한 14만9,900원으로 판매하던 것을, 이후 2차 조사에서 정가를 59만8,000원으로 올린 뒤 74% 할인해 동일한 14만9,900원에 파는 방식도 발견됐다. 일부 제품은 할인율은 동일하지만 정가만 변동시켜 실제 결제가는 상승한 경우도 있었다.
올해 추석 성수기 선물세트 시장은 약 4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유통업계는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할인’ 이미지를 강조하며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실제 혜택은 제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실질적 할인 혜택은 없고, 가격만 요리조리 바꿔 표시한다”는 불만이 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는 “지난주와 같은 가격인데 할인이라고 해서 샀다”며 “알고 보니 가격을 올렸다가 다시 내린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사업자와 홈쇼핑 채널에 대한 감독 강화를 주문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가격 표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최근 판매가를 기준으로 한 ‘실질 할인’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러한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대형 유통업체 4곳이 유사한 꼼수 할인을 하다가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협의회는 소비자들에게 “할인율만 보지 말고, 직전 판매가와 실제 결제 금액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가격 비교 플랫폼과 소비자단체가 제공하는 ‘실시간 가격 비교표’를 활용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유통업계 관행을 넘어, 소비자 신뢰 회복과 공정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한국e마케팅저널 조경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