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긴장해야 할 것 같다” 민간 대표도 놀란 ‘AI 고용24’ 혁신

사람인·잡코리아 대표 “서비스 수준에 놀랐다”…고용생태계 재편 신호

 

 

1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센터에서 열린 ‘고용24’ 인공지능(AI) 맞춤형 서비스 시연회는 예상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람인과 잡코리아 등 국내 대표 민간 채용 플랫폼의 대표들이 직접 시연을 지켜본 뒤 “긴장해야 할 것 같다”고 평가한 것이다. 민간 채용 시장을 주도해온 이들이 공공 플랫폼의 경쟁력에 놀라움을 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고용24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무료 채용 플랫폼으로, 기존의 워크넷, 고용보험, 직업훈련포털 등 흩어져 있던 고용 관련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한 디지털 고용서비스다. 지난해 3월 시범 운영을 시작해 9월에 정식 오픈했으며, 현재는 누적 회원 수가 천만 명을 돌파하고 하루 평균 1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민원과 서비스 처리 기간은 평균 7일에서 3.6일로 절반 가까이 단축되었고, 맞춤형 진로 설계 서비스 ‘잡케어’ 이용 건수는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이번 시연회에서 공개된 AI 기반 신규 서비스는 구직자와 기업을 동시에 겨냥했다. 구직자를 위해서는 적성과 흥미를 분석하는 지능형 직업심리검사, 6개월 내 취업 확률을 예측하는 데이터 기반 분석, 그리고 개인 역량과 노동시장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직업훈련 과정 추천 기능이 추가됐다. 기업을 대상으로는 채용 조건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공고문을 작성해주는 AI 구인공고 자동작성 서비스가 공개됐다. 이 밖에도 조건에 맞는 이력서를 자동 요약하거나 적합한 인재를 추천하는 기능이 탑재되면서 기업 현장의 호응도 적지 않았다.

 

사람인 황현순 대표는 “우리의 경쟁 상대는 그동안 잡코리아였는데, 이제는 고용24도 새로운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잡코리아 윤현준 대표 역시 “서비스 수준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민간 플랫폼 대표들의 이런 반응은 정부 플랫폼이 단순한 보조적 역할을 넘어 실제 채용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지만 추가 요구도 적지 않았다. 기업 측에서는 공정채용 자가진단 서비스, 정부지원금 관련 Q&A 기능, 직무역량 기반 인재 매칭 기능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학계 전문가들은 잘못된 데이터 제거, AI 서비스 활용 교육 확대,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 기반 서비스의 특성상 데이터 품질과 편향 문제,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 격차 해소가 핵심 과제로 꼽혔다.

 

정부는 이날 ‘AI 고용서비스 로드맵’도 함께 발표했다. 초기 단계인 구직자 맞춤형 원스톱 취업 지원을 넘어, 기업을 위한 채용 지원, 나아가 구직자·기업·행정직원이 모두 활용할 수 있는 AI 직업상담·노동상담 서비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고용 전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새로운 고용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고용24가 갖는 공공성과 접근성이 강점이 될 것으로 본다. 무료 플랫폼이라는 점, 정부 정책 지원에 따른 빠른 개선 가능성은 민간 플랫폼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요소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구직자와 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려면, AI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고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고용24는 이제 단순한 행정 서비스가 아니라, 민간 플랫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고용 시장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 대표들이 “긴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은 그저 수사가 아니다. 공공 플랫폼이 인공지능을 무기로 채용 시장의 판을 흔들 준비를 마쳤음을 방증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얼마나 빠르게 사용자들의 신뢰와 만족을 끌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국e마케팅저널 조경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