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실효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법 시행 이전과 비교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았다. 2020년 2,062명, 2021년 2,080명,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 2024년 2,098명으로 여전히 연평균 2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 사망자 수는 획기적으로 줄지 않았으며, 재해자 수는 오히려 2020년 약 10만8천 명에서 2024년 약 14만2천 명으로 늘어났다.
보고서는 특히 수사 지연 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중처법 관련 사건 1,252건 중 무려 917건, 즉 73%가 아직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수사 적체율은 63%, 검찰은 46%로, 일반 형사사건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송치된 사건도 빠르게 처리되지 못했다. 검찰에 송치된 276건 중 절반이 넘는 57%가 6개월 이상 지연됐는데, 이는 일반 사건의 지연율인 1.5%와 비교하면 38배나 높은 수준이다.
처벌 수위 역시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기소된 사건 가운데 무죄 판결 비율이 일반 형사사건보다 세 배 이상 높았고, 집행유예 선고 비율도 2.3배 많았다고 분석했다. 유죄가 인정된 사건에서도 징역형은 대부분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그쳤고 평균 형량은 1년 1개월에 불과했다. 이는 법이 규정한 ‘최저 1년 이상 징역’과 비교해 사실상 하한선에 머무르는 수준이었다.
법인에 대한 벌금도 실효성이 떨어졌다. 대부분의 벌금형은 7천만 원대에 그쳤으며, 최대 50억 원까지 부과할 수 있는 규정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결국 법이 도입 당시 내세웠던 ‘기업과 경영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보고서는 중처법의 문제점으로 크게 세 가지를 짚었다. 첫째, 수사가 지연되면서 법 집행 자체가 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쳐 현장에서 법의 위력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이러한 구조적 한계 속에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줄지 않고, 재해자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수사 지연과 솜방망이 처벌이 중처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라며 “수사 절차를 신속히 하고, 처벌 수위를 강화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처법이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단순한 법 조항의 존재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사와 재판 절차의 신속화, 실효성 있는 처벌 기준 마련, 그리고 기업 현장에 안전 문화를 뿌리내리게 할 다각적 보완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국e마케팅저널 조경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