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알바 중심의 영세 사업장, 기본이 최고의 인권(S) 방어선이다

거창한 인권 선언보다 하루 일하는 작업자에게 쥐여주는 안전모와 산재보험이 진짜 사회적 책임의 시작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직원이 바뀌고, 당장 내일 출근할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느라 전화통에 불이 나는 5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장. 이곳에서 대기업 원청이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요구하는 '인권 경영'이나 '다양성 보장' 같은 ESG 사회(S) 지표는 철저히 딴 세상 이야기다.

 

당장 오늘 생산 라인을 굴리거나 매장을 지킬 사람조차 턱없이 부족한 치열한 생존 현장에서,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노동 인권 실사 평가표를 마주하면 깊은 절망과 괴리감부터 느끼게 된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수억 원을 들여 인권 실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사내 복지 기금을 조성할 때, 영세 식당이나 소규모 하청 공장에서의 '사회(S)' 부문은 전혀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하루 일하고 떠날 사람에게 거창한 비전이나 장기적인 복지를 약속할 수는 없다.

 

이 치열한 현장에서 인권 경영의 본질은 "단 하루를 일하더라도 다치지 않게 보호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라는 아주 원초적인 명제로 귀결된다. 즉, 대기업이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의 핵심은 협력사가 위대한 복지 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산재 은폐나 임금 체불 같은 치명적인 법적 리스크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 알바와 일용직이 중심이 되는 현장일수록, 거창한 서류 작업 대신 '기본적인 안전 장비 지급'과 '산재보험 가입'이라는 두 가지 방어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하루만 출근하는 일용직에게 굳이 미끄럼 방지 안전화나 새 절단 방지 장갑을 지급하고, 번거로운 산재보험 가입 절차를 밟는 것은 사업주 입장에서 명백한 비용 낭비이자 극심한 서류 작업의 고통으로 다가온다.

 

이 투자는 당장의 매출 상승에 기여하지도 않으며, 며칠 뒤 그만둘 사람에게 돈을 쓰는 것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비용 절감이 절실한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이 번거롭고 비용이 드는 최소한의 조치를 회피할 경우, 현장에서 발생하는 단 한 번의 낙상이나 기계 끼임 사고가 기업을 돌이킬 수 없는 파산이나 중대재해처벌법의 덫으로 몰아넣게 된다.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행동은 거창한 시스템 구축이 아니다. 작업장 한구석에 방치된 낡은 공용 안전 장갑과 마스크를 전량 폐기하고, 내일 출근할 단기 근로자를 위한 새 안전 장비 세트를 구비해 두는 것이다. 이 투박한 장갑 한 켤레가 중소사업장의 명줄을 잇고 원청의 깐깐한 실사를 막아내는 가장 완벽한 인권(S) 방어선이다.

 

[※ 칼럼의 그림 및 도표는 AI 활용하여 작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