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플라스틱 수지,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은 매일같이 요동친다. 전담 구매 부서가 없는 10명 남짓한 소규모 제조 공장이나 매장의 아침은 각종 B2B 도매 사이트를 뒤지고 이메일로 들어온 견적서를 엑셀에 옮겨 적는 일로 시작된다.
단돈 10원이라도 저렴한 매입처를 찾기 위해 브라우저 창을 십여 개씩 띄워놓고 가격을 비교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현장 점검이나 품질 관리에 써야 할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수작업에 의존하는 구매 방식은 피로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엑셀 입력 과정에서의 실수로 오히려 더 비싼 단가에 발주를 넣는 치명적인 오류를 낳기도 한다.

이러한 구매 업무의 비효율을 걷어내는 해결책은 수천만 원이 드는 공급망 관리(SCM) 시스템 도입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AI 검색 엔진과 문서 분석 도구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AX(AI 전환)가 가능하다.
이는 마치 매일 아침 수십 장의 마트 전단지를 모아 가장 저렴한 품목만 형광펜으로 칠해주는 '디지털 장보기 비서'를 두는 것과 같다. 퍼플렉시티(Perplexity)와 같은 AI 검색 엔진이나 문서 분석이 가능한 범용 생성형 AI에 복잡한 견적서를 들이밀면, 흩어진 표 속에서 필요한 단가만 쏙쏙 뽑아내어 비교해 주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사업장이라면 당장 이메일로 들어오는 견적서 취합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거래처 3~4곳에서 받은 PDF나 엑셀 견적서를 챗GPT(ChatGPT)나 클로드(Claude) 같은 범용 AI 도구에 한 번에 업로드한 뒤, "이 견적서들을 바탕으로 이번 달 핵심 부품의 단가, 납기일, 결제 조건을 하나의 표로 비교 정리해 줘"라고 명령하기만 하면 된다.
매일 가격이 바뀌는 규격화된 원자재라면, AI 검색 엔진에 "오늘자 국내 주요 B2B 사이트의 20kg 도매가 평균을 찾아 비교해 줘"라고 질문하여 단 5분 만에 시장 시세를 파악할 수도 있다. 수십 분이 걸리던 엑셀 복사 및 붙여넣기 작업이 단 한 줄의 프롬프트(명령어)로 대체되는 셈이다.
물론 AI를 활용한 구매 업무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특정 B2B 폐쇄몰의 로그인 장벽을 뚫고 가격을 가져오지 못하거나, 거래처마다 견적서 양식이 너무 달라 AI가 엉뚱한 부대비용을 단가로 잘못 읽어오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도입 초기에는 AI가 정리한 비교표와 원본 견적서를 사람의 눈으로 꼼꼼히 대조하고 교차 검증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이 기술이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조수로 자리 잡기 전까지는 기존 수작업보다 확인하는 데 신경이 더 쓰이는 과도기를 감수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가 절감이 곧 기업의 생존인 영세 사업장에서 데이터 기반의 빠른 구매 결정은 포기할 수 없는 무기다. 완벽한 구매 자동화 시스템을 꿈꾸기보다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 중요하다. 오늘 퇴근하기 전, 우리 회사에서 가장 매입 비중이 큰 핵심 원자재 단 한 개의 최근 견적서 3건을 무료 AI 도구에 업로드하고 "가장 저렴한 업체를 표로 정리해 줘"라고 입력해 보라. 이 5분의 시도가 엑셀 수작업에 갇혀 있던 공장의 구매 경쟁력을 끌어올릴 가장 현실적인 AX의 시작이다.
[※ 칼럼의 그림 및 도표는 AI 활용하여 작성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