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0명 남짓한 금속 가공 업체나 플라스틱 사출 공장의 아침은 늘 납기 독촉 전화로 시작된다. 대량 생산 체제가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 환경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산 계획이 뒤집힌다. 갑자기 끼어든 긴급 주문 하나 때문에 이틀 치 스케줄을 새로 짜야 하고, 관리자는 엑셀 화면을 띄워놓고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본다.
A 기계에 1번 제품을 올렸다가 B 기계로 옮기는 시간, 원자재가 교체될 때 발생하는 기계 청소 시간까지 고려하면 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최적의 답을 찾기 어렵다. 결국 직감에 의존해 주먹구구식으로 기계를 돌리게 되고, 이는 잦은 야근과 치명적인 납기 지연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복잡한 생산 스케줄링은 눈을 가리고 테트리스 블록을 맞추는 것과 같다. 과거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생산계획시스템(APS)을 도입해야 했지만,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범용 AI를 활용해 훌륭한 AX(AI 전환)를 이뤄낼 수 있다. 챗GPT(ChatGPT)나 클로드(Claude)와 같은 생성형 AI는 수많은 변수를 순식간에 계산해 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곧 현장에 수학 천재 조수를 무상으로 고용하는 것과 같다.
현실적인 적용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복잡한 시스템 구축 없이, 평소 사용하던 엑셀 파일과 프롬프트(명령어) 한 줄이면 충분하다. 엑셀에 주문 번호, 품목, 필요 수량, 공정별 소요 시간, 납기일 등 기본 데이터만 정리해 둔다. 그리고 AI 도구에 이 엑셀 데이터를 복사해 넣은 뒤, "너는 20년 경력의 생산 관리자다. 이 3대의 기계와 15건의 주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 유휴 시간을 최소화하고 모든 납기를 맞출 수 있는 일일 생산 스케줄 표를 짜줘"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AI는 단 몇 초 만에 사람의 눈으로 찾지 못한 최적의 작업 순서를 논리적으로 배열해 제시한다.
물론 AI가 내놓은 첫 번째 스케줄이 현장 상황과 100%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AI는 검은색 플라스틱을 사출한 뒤 흰색을 사출하려면 기계 내부를 청소해야 한다는 현장만의 특수한 제약 조건을 미리 알지 못한다. 따라서 도입 초기에는 AI가 내놓은 엉뚱한 결과를 수정하고, 우리 공장만의 규칙을 명령어에 추가하며 학습시키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방식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엑셀 수작업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답답한 과도기를 감수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감에 의존하던 스케줄링을 데이터와 AI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은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돌파구다. 완벽한 일주일 치 계획을 짜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오늘 퇴근 전, 당장 내일 처리해야 할 가장 복잡한 주문 5건의 데이터를 무료 AI 툴에 입력하고 최적의 작업 순서를 물어보는 것, 이 작고 단순한 질문 하나가 혼란스러운 공장을 체계적으로 바꾸는 진정한 AX의 출발점이다.
[※ 칼럼의 그림 및 도표는 AI 활용하여 작성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