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기름때를 묻히며 공장을 키워온 뿌리 기업의 창업주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다가오는 가업 승계다. 당장 오늘 생산 라인을 돌리고 납품 단가를 맞추는 것도 벅찬데, 회사를 온전히 물려주기 위한 복잡한 세금 문제까지 겹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이런 치열한 생존과 승계의 기로에 선 50인 미만의 영세 기업에게, 대기업 원청이 불쑥 들이미는 ESG 평가 중 '지배구조(G)' 항목은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사회 내에 윤리 위원회를 설치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헌장을 제정하라는 요구는, 창업주 가족과 소수의 실무자가 재무와 인사를 도맡아 하는 소규모 현장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탁상공론일 뿐이다.

하지만 시야를 좁혀 현장의 언어로 번역하면, 소규모 기업의 지배구조(G)는 거창한 이사회 규정이 아니다. 그 핵심은 '법인과 개인의 자금을 엄격히 분리하는 것', 그리고 '가업 승계 과정에서의 세무 및 법적 리스크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원청 기업이나 대출을 실행하는 금융기관이 협력사에게 바라는 지배구조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다.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유용하거나, 불투명한 지분 구조 탓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 납품에 차질이 생기는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최소한의 조치다.
오랜 기간 관행처럼 이어져 온 대표 개인 자금과 법인 자금의 혼용, 무자료 거래, 명의신탁 주식(차명 주식) 방치 등은 훗날 가업 승계 시 막대한 세금 폭탄으로 돌아오며, 외부 실사에서는 기업의 신뢰도를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치명적인 감점 요인이 된다.
따라서 승계를 앞둔 중소기업일수록 외부를 향한 보여주기식 ESG 선언이 아니라, 내부의 곪은 상처를 도려내는 투명한 회계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가지급금과 가수금을 정리하고, 흩어진 지분을 명확히 회수하여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이다. 물론 이 과정은 뼈아픈 고통을 수반한다. 과거의 관행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당장 수천만 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할 수도 있고, 전문가 자문 비용이 발생하며, 실무자의 서류 작업 부담은 극도로 가중된다.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재무적 체질 개선을 회피한다면, 가업 승계 지원 제도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해 기업이 공중분해 되거나 투명성 부족으로 원청의 거래선에서 퇴출당하는 파국을 맞게 된다.
거창한 윤리 헌장이나 이사회 신설에 헛돈을 쓸 필요가 없다.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배구조 개선의 첫걸음은 명확하다. 회사의 최신 재무상태표를 출력하여 붉은 펜을 들고, 과거 관행적으로 발생해 방치되어 온 '가지급금(증빙 없이 대표가 인출해 간 법인 자금)' 항목의 정확한 규모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껄끄러운 숫자와 직면하고 세무 대리인과 해결 계획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명줄을 잇고 가장 강력한 지배구조(G) 방어선을 구축하는 진정한 의미의 ESG 경영 시작점이다.
[※ 칼럼의 그림 및 도표는 AI 활용하여 작성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