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이번 달 대출 이자를 막고 납품 단가를 맞추느라 대표가 직접 지게차를 모는 50인 미만의 중소기업 현장에서 '투명한 지배구조(G)'라는 단어는 사치스럽다.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윤리 헌장을 선포할 때, 소규모 기업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대표와 실무자 한두 명이 재무, 인사, 영업을 도맡아 하는 마당에 거버넌스 구축이나 독립적인 감사기구 설치를 요구하는 공급망 실사 지표는 현실을 철저히 무시한 탁상공론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은행의 대출 심사나 원청의 협력사 평가에서 '윤리 경영' 항목의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이를 방치했다가는 어느 순간 자금줄이 막히거나 거래가 끊기는 치명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

소규모 기업에게 ESG의 'G(지배구조)'는 주주 가치 제고나 복잡한 이사회 규정이 아니다. 그 본질은 '법을 지키고 있는가'와 '회사 돈과 내 돈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가'라는 아주 원초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거래처와의 이면 계약이나 무자료 거래로 세금을 아끼려던 관행, 대표 개인의 용무에 법인 카드를 무심코 섞어 쓰던 습관을 끊어내는 것이 진정한 투명 경영의 시작이다. 대기업 원청이나 금융 기관이 협력사에게 바라는 것은 훌륭한 윤리 강령이 아니라, 세금 탈루나 임금 체불 같은 횡령 및 배임 리스크가 터져 자사로 불똥이 튀지 않도록 관리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따라서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현장일수록 거창한 시스템 대신 '깐깐한 서류 관리'와 '법정 의무 준수'라는 기본기에 집착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맞춘 근로계약서 갱신, 퇴직금 적립, 4대 보험의 정확한 신고, 그리고 모든 금전 거래의 세금계산서 발행이 지배구조 방어선의 핵심이다.
물론 수십 년간 이어온 주먹구구식 관행을 하루아침에 투명하게 바꾸는 것은 뼈아픈 일이다. 당장 납부해야 할 세금이 늘어날 수 있고, 영수증 하나까지 챙겨야 하는 실무자의 업무 피로도는 급증한다. 당장의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 고통스러운 체질 개선을 미룬다면, 향후 정부 지원사업의 회계 감사에서 탈락하거나 원청의 실사 문턱을 넘지 못해 기업의 명줄이 끊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막연한 윤리 경영의 무게에 짓눌릴 필요는 없다. 오늘 당장 대표의 책상 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은 명확하다. 회사 서류함에서 모든 직원의 근로계약서를 꺼내 올해 바뀐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이 정확히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이번 달 법인카드 사용 내역 중 개인적인 지출 단 한 건이라도 섞여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이 철저하고 깐깐한 기본기 점검이 대기업의 거창한 윤리 위원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중소기업의 진짜 지배구조(G) 실천이다.
[※ 칼럼의 그림 및 도표는 AI 활용하여 작성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