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4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현금 사용이 다시 급증하며 경기 침체 속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 차단으로 인한 결제 장애와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현금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유통된 현금은 1조 5,600억 루블(약 2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해당 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증가폭을 보였다.
이러한 현금 급증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대응해 러시아 정부가 전국적으로 모바일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발생했다. 결제 단말기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시민들은 비상 상황에서도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러시아 국민들은 과거 동원령 발표나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Wagner Group)의 반란 사태와 같은 불확실한 시기마다 현금을 인출해왔다. 이제는 이러한 현금 회귀 현상이 정부의 세수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 5월 러시아 경제부는 2026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0.4%로 하향 조정하며, 2022년 이후 가장 저조한 경제 성장을 예고했다. 정부는 전비 충당을 위해 올해 1월 부가가치세(VAT)를 기존 20%에서 22%로 인상하고 과세 기준을 낮췄다.
높은 세율과 경기 둔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약국, 식당, 미용실 및 소상공인들은 세금을 피하고자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부상 매출을 축소하거나 현금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봉투 임금’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Sberbank)의 타라스 스크보르초프(Taras Skvortsov) 최고재무책임자는 현금이 은행 시스템으로 돌아오지 않고 민간에 머물러 있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금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는 등 이른바 ‘회색 경제’에 의존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은 이러한 지하 경제 확산을 우려하며 단속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편으로는 세금을 짜내려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안보를 이유로 인터넷을 차단해 세금 징수를 어렵게 만드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중앙은행이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예금 금리를 두 자릿수로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러시아인은 은행에 돈을 맡기는 대신 현금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에만 5,500억 루블이 은행 계좌에서 인출되었다.
결국 러시아의 현재 경제 상황은 전쟁 지속에 따른 물가 상승과 정부의 무리한 세금 정책, 그리고 안보 위기로 인한 인프라 불안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심각한 침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기사에 삽입된 이미지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하였습니다.
한국e마케팅저널 김수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