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코우레아우스스티크(Kohleausstieg)'라는 단어가 있으며, 이는 '탈석탄(coal phase out)'을 의미합니다. 독일은 유럽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발전 국가이자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석탄 소비국이지만, 오는 2038년까지 석탄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서약한 바 있습니다. 특히 오염 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저품질 갈탄(lignite)의 경우, 탈석탄 목표 시기를 2030년으로 앞당기기까지 했습니다.
현재 독일 전력 생산의 약 20%는 석탄이 차지하고 있으나, 독일 정부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성장에 집중하면서 이를 폐지하고자 합니다. 실제로 독일은 지난해 전체 전력의 59%를 재생에너지에서 얻을 정도로 비중을 높였습니다. 독일 정부는 겨울철처럼 풍력과 태양광이 부족할 때를 대비한 백업(back-up) 수단으로 석탄을 천연가스 발전소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현재 가스는 독일 전력 생산의 13%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으로 글로벌 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여러 국가가 석탄을 다시 에너지원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석탄 화력 발전소 사용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했고, 이탈리아는 남은 발전소의 폐쇄를 2038년까지 연기했으며, 인도는 유지 보수를 위한 가동 중단 일정을 미뤘습니다. 독일 역시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연방총리가 지난 3월, 비현실적이 된 탈석탄 계획 때문에 국가 산업의 핵심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고 언급하며 석탄 발전 유지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독일 정부가 직면한 전력 생산의 문제는 공급과 가격이라는 두 가지 측면입니다. 독일은 유럽 최대이자 세계 3위 규모의 저렴하고 풍부한 갈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어 이 연료를 완전히 자급자족할 수 있습니다. 반면 천연가스는 수요의 95%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므로, 글로벌 가스 비용이 치솟을 때 훨씬 저렴한 갈탄으로 선회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매우 매력적입니다. 게다가 독일은 2023년에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했기 때문에 원자력은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독일의 제2위 갈탄 광산 기업인 레악(LEAG)은 석탄 에너지 공급 연장 제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들은 정부가 에너지 정책 고려 사항의 중심에 중장기적 공급 안보를 두는 것을 크게 환영한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가스 수입이 중단되었을 때 갈탄 공급을 늘려 보충했던 경험을 강조하며, 상황이 요구할 때 예비력을 신속히 동원할 능력이 있음을 피력했습니다. 반면 외코(Öko) 환경연구소의 하우케 헤르만(Hauke Hermann) 수석 연구원은 석탄 확대가 답이 아니며 재생에너지 사용을 더 늘려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독일 화학산업협회(VCI)의 볼프강 그로세 엔트룹(Wolfgang Große Entrup) 상근부회장은 재생에너지 혼자서는 아직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기업들이 미래에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에너지를 신뢰성 있게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제외하고는 탈석탄 계획 자체를 완전히 폐기하자는 주장은 거의 없으나,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현재 제기되는 타협안 중 하나는 국내산 갈탄보다 오염이 적은 수입 무연탄(hard coal)을 사용하는 6개의 석탄 발전소에 관한 것입니다. 이 발전소들은 현재 추운 겨울 등 전력망을 보충하기 위한 백업용으로만 가동되고 있습니다. 해당 발전소 중 일부를 소유한 슈테악 이코니(Steag Iqony) 그룹의 대변인은 이 발전소들의 정상 조업을 일시적으로 허용한다면 수백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공급의 안보와 가격 합리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 시설들을 상시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구성된 의회 위원회에서 이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는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연합과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으로 구성된 대연정(grand coalition) 내부의 이견 때문입니다. 기민·기사연합은 석탄 사용 연장에 더 우호적인 반면, 사민당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민당의 에너지 대변인 니나 셰어(Nina Scheer)는 석탄 규제 완화가 에너지 전환에 역효과를 내고 새로운 화석 연료 고착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반면 기민당 부대표이자 작센(Saxony)주 총리인 미하엘 크레치머(Michael Kretschmer)는 주요 산업국인 독일이 에너지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올해 안에 2030년 갈탄 퇴출 시한을 준수할 것인지, 아니면 제한된 기간 동안 일부 용량을 전략적 예비력으로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는 오는 8월에 탈석탄 정책이 에너지 공급, 안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한 법정 검토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당초 이 보고서의 목적은 탈석탄의 가속화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으나, 이제는 오히려 탈석탄 속도를 늦추는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한국e마케팅저널 김수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