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의 지저분한 힙스터(hipster) 미학에 열광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프랑스 디자이너이자 '쿨함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이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모델 케이트 모스(Kate Moss)가 광고 캠페인에서 착용했던 이자벨 마랑의 웨지힐 스니커즈 '베켓(The Bekett)'은 비욘세(Beyoncé) 등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의 사랑을 받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이 전설적인 웨지 스니커즈가 컨버스(Converse)와의 협업을 통해 케이트 모스의 딸인 라일라 모스(Lila Moss)를 모델로 내세워 다시 돌아왔습니다.
라일라 모스가 대변하는 새로운 유행은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의 반항적이고 자유분방한 힙스터 스타일을 뜻하는 '인디 슬리즈(indie sleaze)'입니다. 인디 슬리즈는 구멍 난 티셔츠, 찢어진 스타킹, 딱 붙는 스키니 진(skinny jeans)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와 화장을 한 채 파티를 즐기던 당시의 퇴폐적인 감성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영국 드라마 <스킨스>(Skins)나 모델 알렉사 청(Alexa Chung), 가수 스카이 페레이라(Sky Ferreira) 등이 보여주었던 다소 어둡고 때 묻은 듯한 느낌의 스타일로, 지난 2022년부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오리지널 인디 슬리즈 운동가들은 빛바랜 티셔츠와 오토바이 부츠, 그리고 입기 전에 가위로 발목 부분을 잘라내야 할 정도로 꽉 끼는 호주 브랜드 크subi(Ksubi)나 스웨덴 브랜드 칩 먼데이(Cheap Monday)의 초밀착 스키니 진을 즐겨 입었습니다. 당시 '더 코브라스네크(The Cobrasnake)'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마크 헌터(Mark Hunter) 같은 파티 사진작가들이 초기 디지털카메라로 이 생생한 현장을 포착했고, 여러 독립 잡지들이 이 문화를 깊이 있게 다루었습니다. 당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마이스페이스(MySpace)에서는 고(故)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의 아이라이너에 대한 소문이 도는 등, 이 문화는 X세대의 특유의 반어법과 문화적 주류 거부 성향을 짙게 이어받았습니다.
흥미롭게도 당시에는 이러한 스타일을 '인디 슬리즈'라고 부르지 않았으며, 대신 텀블러(Tumblr) 스타일, 힙스터 스타일, 혹은 클럽 키드(club-kid) 스타일로 명명되었습니다. 이 용어는 2022년 트렌드 예측가인 맨디 리(Mandy Lee)의 틱톡(TikTok) 동영상을 통해 대중화되었는데, 특히 청소년기 전반을 코로나19 봉쇄 조치 속에서 보내며 빽빽한 댄스 플로어의 생생한 접촉을 갈망하던 10대와 젊은 성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현재 맨해튼 뉴스쿨(The New School)의 디자인 학생인 클로이 플라세(Chloe Plasse)를 비롯한 많은 Z세대 소비자들이 이자벨 마랑의 '매혹적이면서도 쿨한' 본질을 쫓고 있습니다. 19세 대학생 니키 볼 쿠마르(Nikki Ball Kumar) 역시 이자벨 마랑의 2010년 컬렉션을 꿈의 옷장으로 꼽으며 이베이(eBay)와 베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 같은 리셀 플랫폼에서 당시의 골드 비드 자수 스키니 진이나 트위드 재킷을 찾기 위해 알림을 설정해 두고 있습니다. 당시를 기억하는 밀레니얼 및 X세대 소비자의 향수와, 과거의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세대의 호기심이 맞물려 이자벨 마랑의 매출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은 젊은 세대가 2010년대를 끊임없는 디지털 감시와 인공지능(AI) 필터가 존재하기 전 '자유의 마지막 숨결'이 있던 시대로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녀는 모든 것이 너무 다듬어지고 가짜 같은 오늘날의 디지털 문화는 결코 '록앤롤(rock 'n' roll)'이 아니며 섹시하거나 쿨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젊은이들이 이러한 인위적인 필터와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식의 전형적인 스타일에 실증을 느끼고 반기를 드는 모습에서 깊은 희망을 느낀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리셀 사이트에서는 베켓 스니커즈를 찾는 검색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자벨 마랑이 출시 초기 당시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수량을 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물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랑은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이나 마르지엘라(Margiela)의 상의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던 자신의 과거처럼 대중이 자신의 디자인을 소중히 여겨주길 바랐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녀는 이번 컨버스 협업 제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이 신발을 신을 때는 여전히 스키니 진이나 검은색 가죽 바지를 매치해야 가장 프랑스답고 영원히 쿨한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미소를 지으며 강조했습니다.
*기사에 삽입된 이미지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하였습니다.
한국e마케팅저널 김수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