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서울의 대표적인 패션 거리로 불리던 가로수길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화려한 명성을 자랑하던 이 거리는 이제 한산한 분위기를 넘어 ‘유령 거리’로 전락했다. 임대료는 여전히 높지만, 공실률은 40%를 넘어섰다. 상권 붕괴의 원인으로는 경기 침체, 임대료 상승, 대체 상권의 부상 등이 지목되고 있다.
공실률 40%… 텅 빈 가로수길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은 과거 패션과 문화가 공존하는 트렌디한 거리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분위기가 급변했다. 대형 브랜드들이 하나둘 떠나고, 자리를 채우지 못한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거리 전체가 활기를 잃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로수길의 공실률은 41.2%**에 달했다. 이는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장을 찾은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거리는 한산했고 ‘임대’ 안내문이 붙은 상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가로수길 메인 거리뿐만 아니라 골목길로 이어지는 구역에서도 비어 있는 가게들이 다수 발견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과거에는 매장이 가득 차 있었고,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다”며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매출이 나오지 않아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침체·임대료 상승이 직격탄
가로수길 상권이 쇠퇴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기 침체와 높은 임대료가 꼽힌다. 경제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출이 급감했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가로수길은 인기가 높아지면서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경기 침체로 방문객이 줄고, 소비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추지 않았다. 그 결과 소규모 로컬 브랜드들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났으며, 일부 대형 브랜드들까지도 철수를 결정했다.
상권 전문가들은 “가로수길은 한때 트렌드를 선도하는 거리였지만, 현재는 높은 임대료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악순환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대체 상권 성장… 성수동·연남동으로 이동한 유동 인구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는 대체 상권의 부상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성수동, 연남동, 익선동 등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급부상하면서 가로수길을 찾던 방문객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특히 성수동은 개성 있는 카페와 브랜드가 밀집해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가로수길이 가지고 있던 감성과 트렌디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실제로 한 SNS 이용자는 “예전에는 가로수길에서 약속을 잡았지만, 이제는 성수동이나 연남동이 더 분위기 있고 새로운 곳들이 많아 친구들과 그쪽에서 만난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 감소도 영향… 회복 어려운 상황
과거 가로수길을 찾았던 주요 고객층이었던 중국 관광객 감소도 가로수길 침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때 신사동 가로수길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쇼핑 명소였지만, 사드(THAAD) 배치 이후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인 방문객이 급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중국 관광객 수는 회복되지 않았으며, 대신 일본과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유입되었지만 과거와 같은 소비 규모를 형성하지 못했다. 한 상인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을 때는 매출이 꾸준했지만, 이제는 외국인 고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결책은?… “임대료 조정 없으면 회복 어려워”
전문가들은 가로수길이 다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임대료 조정과 상권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문제는 건물주들이 임대료 인하를 꺼린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낮출 경우 건물 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쉽게 조정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현재처럼 공실이 늘어나면 상권이 더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한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의 패션·쇼핑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예술·체험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수동이 개성 있는 카페와 문화공간을 통해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가로수길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로수길, 과거의 명성 되찾을 수 있을까”
현재 가로수길은 높은 공실률과 방문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침체, 임대료 상승, 대체 상권 부상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건물주들의 적극적인 임대료 조정과 상권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없다면 가로수길의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때 서울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로 명성을 떨쳤던 가로수길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e마케팅저널 조경선 기자 |